오선비의 시간 죽이기
⌜물놀이⌟ 눈을 떴을 때 나는 숲이었다. 이유 모를 익숙한 숲이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걷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정신이 깨었을 때, 나는 폐허가 된 고성(古城)앞 이었다. "까드득 까드득 노래를 들으러 왔는가?" 한 노파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 소리가 노파의 웃음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구시오?" "나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게 무슨 소리요?" "나를 본 사람은 노래를 들어야하지" 노파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영원히 수레바퀴를 굴려라! 아니, 수레바퀴를 짊어지고 기어라. 내가 어두운 물가로 데려가주마. 엄마! 아직 물놀이는 끝나지 않았어요. 끝이 없는 물놀이. 물가의 달팽이. 끝이 없는 물놀이. 짊어지고 걷는 것은 다..
15. 비트겐슈타인 천재철학자를 한 명 뽑아봐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비트겐슈타인을 뽑을 것이다. 그의 기이한 행동들, 그리고 그는 혜성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은 귀족집안의 자제였고, 원래는 공학도가 되려고 했다. 그러던 와중에 유명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러셀에게 일종의 상담을 받으러 갔고, 러셀은 글을 한 편 써오라는 엉뚱한 과제를 낸다. 비트겐슈타인은 글을 하나 써갔고, 러셀은 그 글을 읽고 너는 반드시 철학을 해야만 한다라고 말 했다. 러셀은 저명한 철학자, 논리학자이자 수학자였는데, 비트겐슈타인을 만난 뒤로는 논리학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이제는 비트겐슈타인이 있기 때문에 자신은 더 이상 논리학을 연구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철학적인 사고가 스스로를 힘들..
14. 소쉬르 소쉬르는 사실 철학자는 아니다. 그는 언어학자인데, 철학계 뿐만 아니라 많은 영역에 걸쳐서 막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는 구조주의라는 사조의 시조이다. 구조주의는 쉽게 말해서, 표면적인 현상 너머에는 그것을 관장하는 내재적인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건축물을 바라 볼 때 그 외형만을 보고 있지만, 사실 그 건축물을 지탱하는 뼈대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구조주의라는 말 자체는 사실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그리고 누구나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언어학에서부터 나온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리고 후대에 나올 실존주의 사조와 엄청난 대립을 하면서 영향력이 막대해졌다. 구조주의는 마치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처럼 지식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