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비의 시간 죽이기
그 어떤 곳을 둘러보아도 사물이 있다. 사물이 없는 곳은 도리어 찾기가 힘들다. 막상 지금 내 주변만 해도 컵, 책, 책상, 연필 등의 생산물이 있고, 조금 시야를 돌려 밖을 보면 구름, 해, 산 등의 자연물도 있다. 하지만 자연물은 인간이 세상에 출현하기 전부터 존재해왔던 것들 이므로 이 글에서 사물이라 하면 전자의 경우이다. 즉, 인간이 만들어낸 생산물로써의 사물로 그 의미를 제한하기로 하고 글을 이어나간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어쩌면 인간은 사물과의 관계가 없이는 살아가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과도한 편리 추구로 인해 포화된 사물들 속에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이 세상은 너무도 편리해졌다. 사물들은 저마다의 가..
맺음 사실 하나의 철학적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을 이해하듯이 사전을 뒤져서 읽어내는 것으로는 이해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철학적인 개념들에는 역사가 담겨 있고, 역사이기에 지속적으로 의미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라는 개념만 보아도, 사전적인 정의와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민주주의는 확연히 다르다. 철학적 개념들은 절대로 고정되어 있는 화석이 아니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항상 새로운 생기를 뿜어내는 하나의 생명체 같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구조주의를 설명한다는 것은 감히 내가 해낼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일이고 어려운 일이며, 내가 가진 역사의 한계 속에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적어도 구조주의라는 개념의 시초와 최소한의 ..
기호체계의 닫힘 소쉬르에 따르면 랑그는 '기호들의 체계'인데, 소쉬르가 말하는 기호란, '개념'을 의미하는 '시니피에'와 청각 이미지를 의미하는 '시니피앙'이 결합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개념이 생겨날 때, 시니피에와 시니피앙 사이에는 절대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연적이며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사회적인 약속이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가령, 우리는 네 발이 달리고, 가정집에서 많이 기르며, 인간과 매우 친숙한 동물이며, 멍멍하고 짖는 동물을 '개'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이 동물을 'dog'라고 말하며 일본에서는 'いぬ'라고 부르고, 프랑스에서는 'chien', 독일에서는 'Hund'라고 부른다. 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