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비의 시간 죽이기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이해⌟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이름의 사조 혹은 문화현상은 돌연히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또 어느새 홀연히 사라졌으며 이제는 그 흔적조차 느끼기 힘들어졌다. 사회문화 전체에 영향을 끼쳤던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이 영향을 끼친 분야는 다방면에 걸쳐있기 때문에 그 정의를 쉽게 내릴 수 없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어적인 풀이에서 부터 시작함이 나쁘지 않을듯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이런 식으로 사용된다. "이 양식은 포스트모더니즘 적이야", "아직도 포스트모더니즘인가?" 이처럼 아무런 설명 없이 사용되기에 자칫 혼란을 줄 수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소 천덕꾸러기 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포스트(post)와 모더니즘(mo..
⌜도자기 무덤⌟ 여기 솜씨 좋은 도예가(陶藝家)가 있다. 이 도예가는 자신의 평생을 도예 그 자체에 바쳤다. 어려서부터 도예라는 것은 자신을 사로잡는 무언가 였다. 첫째로 자신이 만족할 만한 작품을, 그리고 둘째로 남들 역시 만족할 만한 작품을 위해 깨고 또 깼다. 자신의 작품들을 수없이 깨왔고, 자기 자신도, 자신의 작품들만큼이나 깨왔다. 부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만들기 위하여. 그 도예가의 집 뒤편에는 고요하고 장엄한 도자기 무덤이(아니 그것은 어쩌면 도예가의 역사였는가?) 있었다. 다행히도 깨져버린 도자기들은 그 도예가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 폐허위에 빛나는 작품이 태어난 것이다. 도예가가 만족할 만한 그 도자기는 날렵한듯하지만 원만한 곡선을 가졌고, 어느 날은 무거워 보였지만 또 어느 날은 ..
⌜그릇⌟ 여기 선비가 한 명 있다. 이 선비는 아주 고결한 정신을 가졌다. 늦잠을 자는 일도 없었고, 식사를 거르는 일도 없었고, 공부를 하지 않는 날 역시 없었다. 사람들은 그 선비를 바라보며 자신을 다듬었고, 그 사람을 높게 샀다. 그리고 말했다. "여보게들! 여기 이 완벽한 선비의 영원한 상을 바라보시오! 이것 참 훌륭하지 않소?" 하지만 이 선비에게는 말 못할 슬픔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끝 없는 허무.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이 공허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질긴놈은 왜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가? 나는 도대체 무엇을 채우기 위해 이렇게도 자신을 다스렸는가? 그렇게도 많은 물을 부었는데도 도대체 이 독에는 물이 채워지지를 않는가? 그렇다고 그 독이 밑이 빠진 독도 아니었다. 이것이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