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비의 시간 죽이기
5. 라이프니츠 많은 이과생들은 라이프니츠를 미분적분학과 관련된 수학자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라이프니츠는 기본적으로는 철학자이다. 라이프니츠는 종교적인 사람이었는데, 과학을 대표하는 수학을 공부했다. 사실 이는 라이프니츠에게는 옳은 일이었다. 왜냐면 신이 만든 이 세계, 절대적인 섭리로 움직이는 이 세계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원리들을 수학적으로 따져보는 것. 이는 신이 만든 신성한 세계를 과학적인 도구로 분해하여 물질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신께 다가가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시대의 많은 독실한 과학자들은 이런식으로 신에게 한 걸음 다가가려 노력했다. 라이프니츠의 유명한 철학적 개념에는 모나드이론이 있다. 라이프니츠는 모든 존재 하나하나를 모나드라고 말한다. 이 모나드는 ..
4. 데카르트 데카르트는 원래 시골사람이다. 시골에서 철학을 했던 사람이다. 시골의 전경을 떠올려보자 한적한 마을, 구름이 떠다니고, 강이 흐른다. 사람은 마음이 넓어지고, 천천히 본질을 지키며 흘러가는 자연과 시간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는 형이상학적인 철학을 하기위한 좋은 배경이 된다. * 형이상학이라는 말은 그 범주가 너무 넓어서 쉽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쉽게는 세계의 형성 원리라든지, 존재란 무엇인지, 그리고 신 등에 관한 철학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철학을 하다가 데카르트는 도시로 간다. 암스테르담으로. 당시의 암스테르담은 근대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한 도시문명이었다.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한다. 모더니티의 세계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기존에 자신이 해왔던..
⌜줄광대⌟ 줄광대는 줄에 올랐다. 여기까지는 구경꾼들의 여러 염려 덕택으로 순탄히 올라오긴 했다만, 여기서 저기까지 건너가기가 장히 어려운 것이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듯이, 바람에도 숨구멍이 있다. 그 숨구멍을 피해 건너가야 한다. 깃털과 손에 든 부채로 바람의 결을 읽어내야 한다. 처음 내딛는 발과 마지막에 내딛는 발은, 꼭 한 걸음 같아야만 한다. 줄 끝이 멀리 보여서는 더욱 안 되겠지만, 가깝고 넓어 보여도 안 되는 것이다. 줄 위에 올라서면, 줄이라는 것이 눈에서 아주 사라져버리고, 그곳만의 자유로운 세상이 있어야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눈과 귀가 열리는 것이다. 줄 위에서는 눈이 없어야 하고, 귀가 열리지 않아야 하고, 생각이 땅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줄이 바로 알아채고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