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철학적 사유다발 (20)
오선비의 시간 죽이기
그 어떤 곳을 둘러보아도 사물이 있다. 사물이 없는 곳은 도리어 찾기가 힘들다. 막상 지금 내 주변만 해도 컵, 책, 책상, 연필 등의 생산물이 있고, 조금 시야를 돌려 밖을 보면 구름, 해, 산 등의 자연물도 있다. 하지만 자연물은 인간이 세상에 출현하기 전부터 존재해왔던 것들 이므로 이 글에서 사물이라 하면 전자의 경우이다. 즉, 인간이 만들어낸 생산물로써의 사물로 그 의미를 제한하기로 하고 글을 이어나간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어쩌면 인간은 사물과의 관계가 없이는 살아가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과도한 편리 추구로 인해 포화된 사물들 속에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이 세상은 너무도 편리해졌다. 사물들은 저마다의 가..
맺음 사실 하나의 철학적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을 이해하듯이 사전을 뒤져서 읽어내는 것으로는 이해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철학적인 개념들에는 역사가 담겨 있고, 역사이기에 지속적으로 의미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라는 개념만 보아도, 사전적인 정의와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민주주의는 확연히 다르다. 철학적 개념들은 절대로 고정되어 있는 화석이 아니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항상 새로운 생기를 뿜어내는 하나의 생명체 같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구조주의를 설명한다는 것은 감히 내가 해낼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일이고 어려운 일이며, 내가 가진 역사의 한계 속에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적어도 구조주의라는 개념의 시초와 최소한의 ..
기호체계의 닫힘 소쉬르에 따르면 랑그는 '기호들의 체계'인데, 소쉬르가 말하는 기호란, '개념'을 의미하는 '시니피에'와 청각 이미지를 의미하는 '시니피앙'이 결합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개념이 생겨날 때, 시니피에와 시니피앙 사이에는 절대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연적이며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사회적인 약속이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가령, 우리는 네 발이 달리고, 가정집에서 많이 기르며, 인간과 매우 친숙한 동물이며, 멍멍하고 짖는 동물을 '개'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이 동물을 'dog'라고 말하며 일본에서는 'いぬ'라고 부르고, 프랑스에서는 'chien', 독일에서는 'Hund'라고 부른다. 즉 ..
소쉬르 언어학의 개념들 랑그와 파롤 소쉬르 언어학은 앞의 포스팅에서 살펴본 대로 20세기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처음으로 체계 개념을 도입했다. 소쉬르는 언어활동의 본질을 개인이 사용하는 구체적인 언어가 아닌, 언어를 지배하는 보편적인 체계 속에서 찾으려 한 것이고, 전자를 파롤로, 후자를 랑그로 구분하였으며, 소쉬르 언어학은 랑그에 대해 연구했다. 보편적인 체계인 랑그와 언어의 구체적인 사용인 파롤을 구분하는 것은 '공시태'와 '통시태'의 구분과 '기호체계의 닫힘'이라는 개념과 더불어 소쉬르 언어학의 핵심 개념들이다. 랑그는 언어의 체계이며, 파롤은 그 체계 속의 언어 사용을 의미한다. "랑그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뇌 속에 자리 잡히게 된 집단적인 형태이며, 파롤은 개인적이며 순간적인 개별적 경우의 총합이..
구조와 구조주의 우리는 흔히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문제들을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이 구조적인 문제는, 이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중 몇 가지를 제거하거나 수정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구조적인 문제는 흔히 말하듯 '시스템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논의될 수 없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예로,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들이 정치인 몇 명을 솎아 내거나 법안들을 몇 가지 수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이는 근본적인 차원의 해결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구조적인 문제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고, 어떤 배경에서 생겨났으며, 왜 오늘날 ..
⌜편리의 시대⌟ 그 어떤 곳을 둘러보아도 사물이 있다. 사물이 없는 곳은 도리어 찾기가 힘들다. 막상 지금 내 주변만 해도 컵, 책, 책상, 연필 등의 생산물이 있고, 조금 시야를 돌려 밖을 보면 구름, 해, 산 등의 자연물도 있다. 하지만 자연물은 인간이 세상에 출현하기 전부터 존재해왔던 것들 이므로 이 글에서 사물이라 하면 전자의 경우이다. 즉, 인간이 만들어낸 생산물로써의 사물로 그 의미를 제한하기로 하고 글을 이어나간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어쩌면 인간은 사물과의 관계가 없이는 살아가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인간의 과도한 편리 추구로 인해 포화된 사물들 속에서 삶을 영위해야 하는 숙명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사물들은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로 ..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어떤 학문을 공부함에 앞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학문이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을 연구해 나가야 하는 학문인지를 올바른 토대 위에 정초해야 함이다. 반증 이론과 관련된 철학자 '칼 포퍼'의 철학적 과업은 과학이라는 것을 올바르게 정초하여,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철저하게 구별 짓는 것이었다. 그러한 작업 덕택에 과학은 한층 더 견고해졌고, 발전했다. 인문학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문학을 정초 하려는 것을 토대로 인문학과 사이비 인문학을 구별 지어야 한다. 그리고 이미 그러한 작업 속에서 인문학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사실 인문학이라는 것은 과학만큼이나 그 범위가 광대하기 때문에 인문학을 정초함은 쉬운 과제가 아닐 것이고, 나 역시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
⌜지식과 지혜의 차이⌟ 사실 우리가 철학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누구에게나 같게 주어지는 객관적인 회색빛의 세계를 자신의 주관으로 하나하나 다채로운 색으로 채색하여 세계관을 확립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어떤 개념들에 대한 이해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개념을 이해하고, 그 개념을 다시 내 식대로 이해하기를 좋아하고,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론이 길었는데, 본 주제인 지식과 지혜의 차이로 바로 넘어가 보자. 예전에 처음으로 철학을 시작할 때, 나는 지식과 지혜의 차이가 굉장히 궁금했었다. 얼핏 보기에, 지식보다는 지혜가 더 중요한 것 같긴 한데, 명확한 개념 확립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개념 이해의 가장 기본적인 시작은 사전을 뒤져보는 것인데, 사전에는..
⌜죽음에 대하여⌟ 나는 사실 죽음이 무엇인지 아는 바가 없다. 아마 나 뿐 아니라, 그 누구도 죽음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도대체 왜 생기는 것인가? 그것은 인간이 어둠을 무서워하듯, 보이지 않는 미지의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한다고 해도, 죽음은 죽음으로써만 경험할 수 있기에 그저 무수한 추측만이 덧 쓰여 질 뿐이다. 어쩌면 죽음이라는 것은 정확한 이유도 없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아주 큰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직접 죽어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죽음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없다. 죽음을 경험하여 죽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알릴 ..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이해⌟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이름의 사조 혹은 문화현상은 돌연히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또 어느새 홀연히 사라졌으며 이제는 그 흔적조차 느끼기 힘들어졌다. 사회문화 전체에 영향을 끼쳤던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이 영향을 끼친 분야는 다방면에 걸쳐있기 때문에 그 정의를 쉽게 내릴 수 없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어적인 풀이에서 부터 시작함이 나쁘지 않을듯하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이런 식으로 사용된다. "이 양식은 포스트모더니즘 적이야", "아직도 포스트모더니즘인가?" 이처럼 아무런 설명 없이 사용되기에 자칫 혼란을 줄 수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소 천덕꾸러기 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포스트(post)와 모더니즘(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