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오선비의 쓰레기 철학 강의 (18)
오선비의 시간 죽이기
17. 마무리 쓰레기 강의를 봐주시느라 수고가 많았다. 이 강의는 싸구려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기초 개념을 알아보기 위한 강의였고, 어떤 의미에서는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위한 완전 기초 강의이기도 했다. 이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발톱 때만큼도 담아낸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를 읽고 절대로, 내가 알았다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는 쓰레기 강의 이므로, 이딴 쓰레기강의는 제발 사뿐히 즈려밟고 다음 단계로 가셨으면 한다. 이 쓰레기 철학 강의에서의 나의 역할은 일종의 관광버스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면, 사람들을 태우고 한바퀴 돌아본다. 여기는 어디고, 여기는 또 어디고 말해주면서 지나간다. 이렇게 되면, 탑승객들은 그 지역을 슬쩍 본 것일 뿐, 그 지역을 이해했다고 하기는..
16. 사르트르 중요한 철학자는 엄청나게 많지만 이것은 간단한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쓰레기 강의이므로, 사르트르를 마지막으로 하겠다. 사르트르는 철학자이고, 문학가이기도 하다. 사르트르의 유명한 소설은 '구토' 이다. 구토는 그의 사상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구토에서 중요한 장면을 하나 말하고 시작해보자. '주인공은 공원을 거닐다가 마로니에나무의 뿌리를 우연히 보고서는, 참을 수 없는 구토감을 느꼈다.' 주인공은 왜 구토감을 느낀 것일까? 그 나무가 이곳에 있어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왜 이 나무는 여기에 존재해야만 하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나 역시도, 왜 이곳에 있는가? 여기에 있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 나아가서, 나는 왜 존재하고 있는가? 소설의 주인공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존재해..
15. 비트겐슈타인 천재철학자를 한 명 뽑아봐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비트겐슈타인을 뽑을 것이다. 그의 기이한 행동들, 그리고 그는 혜성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은 귀족집안의 자제였고, 원래는 공학도가 되려고 했다. 그러던 와중에 유명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러셀에게 일종의 상담을 받으러 갔고, 러셀은 글을 한 편 써오라는 엉뚱한 과제를 낸다. 비트겐슈타인은 글을 하나 써갔고, 러셀은 그 글을 읽고 너는 반드시 철학을 해야만 한다라고 말 했다. 러셀은 저명한 철학자, 논리학자이자 수학자였는데, 비트겐슈타인을 만난 뒤로는 논리학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이제는 비트겐슈타인이 있기 때문에 자신은 더 이상 논리학을 연구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철학적인 사고가 스스로를 힘들..
14. 소쉬르 소쉬르는 사실 철학자는 아니다. 그는 언어학자인데, 철학계 뿐만 아니라 많은 영역에 걸쳐서 막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는 구조주의라는 사조의 시조이다. 구조주의는 쉽게 말해서, 표면적인 현상 너머에는 그것을 관장하는 내재적인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건축물을 바라 볼 때 그 외형만을 보고 있지만, 사실 그 건축물을 지탱하는 뼈대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구조주의라는 말 자체는 사실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그리고 누구나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언어학에서부터 나온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리고 후대에 나올 실존주의 사조와 엄청난 대립을 하면서 영향력이 막대해졌다. 구조주의는 마치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처럼 지식인..
13. 니체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제자다. 물론 직접적인 수제자는 아니지만, 쇼펜하우어의 저서를 통해서 니체가 자신의 사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니체는 사뭇 유명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름이 간단하고 강렬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선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쇼펜하우어는 모든 모순의 근거로 인간의 의지를 집어냈고,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의지자체를 포기해버리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니체는 의지가 모순을 자아낸다는 것은 가져가면서, 의지를 포기하면서 모순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를 더욱 거세게 몰고나가는 선택을 했다. 쉽게 말해서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이것을 간단히 힘에의 의지라고 하는데, 이는 니체의 초인(위버..
12.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는 사실 칸트와 동시대 사람이었으나, 뒤에 나올 니체와의 연관성을 위해서 칸트보다 나중에 기술하게 되었다. 쇼펜아우어는 기존 이성이 만연하던 시대에, 이성을 부정했다. 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성이 마치 인간 행위의 절대적인 조건인 듯한 분위기를 부정했다. 사실 이는 칸트의 의견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며, 당대의 철학 자체가 인간의 이성을 다시 한 번 재고하는 시기였다. 그의 고찰결과(정말 간단한 개념만을 알고 가는 강의 이므로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인간의 모든 행위의 근저에는 욕망과 비슷한 의지가 있었다. 그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현상의 세계와 우리의 내부적인 욕망인 의지의 세계를 분간했다. 그리고 우리가 겪는 모든 삶의 모순들은 이 의지에서..
11. 마르크스 마르크스만큼 사상계에서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또한 오해를 많이 받고 있는 철학자이기도하다. 마르크스의 저서들은 한 때 불온서적이기도 했고, 읽게되면, 아니 소유만 하고 있어도 공산당, 빨갱이가되던 시절이 있던 우리라나에서는 더 심했다. 마르크스가 살던 당대 사회는 근대적인 산업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산업혁명의 시기였다.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만, 사회적인 모순이 발생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회에서는 기존 봉건적인 구조가 무너지고, 왕족과 귀족이 몰락했다. 그리고 신흥세력인 부르주아의 영향력이 커져갔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으로 기존의 상업자본을 거대자본으로 변화시켰고, 기업의 형태가 되었다. 반대로 자본을 가지지 못한 일반계급의 ..
10. 헤겔 헤겔은 이 세계가 신의 다양한 모습이다 라는 스피노자의 사상을 발판으로 자기 철학을 시작한다. "이성적인 것이 곧 현실적인 것이다." 이 말은 당장 이해하기가 어려우니, 밑에서 다시 후술하겠다. 헤겔은 관념철학의 대표주자다. 관념철학은 거칠게 표현하면, 그냥 머릿속철학이다. 합리적인 머릿속철학. 짜임새 있는 소설을 쓰는 것이다. 원래 이 세계는 없었고, 원래 존재라는 것은 딱 하나, 작은 '절대 정신'이 있었다. 이 절대정신이 어느날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스스로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 세계가 생겨나게 된다. 즉, 정신적인 것이 물질화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절대정신은 자기 자신을 세계의 모습으로 현상한(눈에 보이게끔 물질적으로 현실화) 후에 계속 성장, 발전한다. 그리고 성숙한다. 이 절대정..
9. 스피노자 스피노자의 주 저는 에티카이다. 에티카는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2부는 신존재 증명, 345부는 인간의 감정을 다룬 윤리학이다. 신존재. 신은 존재하는가? 신은 무한자인가 유한자인가? 만일 유한자라고 하면, 뭔가 끝이 있고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신은 무한자라고 말한다. 기존의 세계는 신이라는 절대자가 있고, 신이 세계를 창조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이것이 맘에 안 들었다. 신은 절대자 인데, 신이 자신 이외의 존재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신은 자신이 만든 것과 관계가 형성되게 된다. 이는 말하자면 일종의 제약이다. 신에게 어떤 제약이 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제약이 생기게 되면 한계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좀 거친 예를 들어보면, 노예와 주인이 있다..
8. 루소 전 편에서 홉스는 원시상태의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말했었다. 쉽게 말해서 성악설이라는 기반에서 출발한 사회계약론을 말했다면, 루소는 성선설의 기반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루소는 인간의 착한 심성을 믿었다. 원래 인간은 동정심이 있는 아주 착한 존재들인데, 기술이나 문명, 지식들이 인간을 이기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 문예라는 것이 인간을 악에 물들게 한 것이다. 이것에 기초하여 루소는 근대사회의 악을 설명한다. 그래서 루소의 슬로건은 "자연으로 돌아가라!"이다. 이는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도로 파괴하고, 그냥 벌거숭이 상태로 산에 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라, 자연상태의 순수했던 마음으로 돌아가는 마음가짐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루소의 이러한 슬로건은 후에 프랑스혁명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