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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비의 시간 죽이기
10. 헤겔 헤겔은 이 세계가 신의 다양한 모습이다 라는 스피노자의 사상을 발판으로 자기 철학을 시작한다. "이성적인 것이 곧 현실적인 것이다." 이 말은 당장 이해하기가 어려우니, 밑에서 다시 후술하겠다. 헤겔은 관념철학의 대표주자다. 관념철학은 거칠게 표현하면, 그냥 머릿속철학이다. 합리적인 머릿속철학. 짜임새 있는 소설을 쓰는 것이다. 원래 이 세계는 없었고, 원래 존재라는 것은 딱 하나, 작은 '절대 정신'이 있었다. 이 절대정신이 어느날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스스로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 세계가 생겨나게 된다. 즉, 정신적인 것이 물질화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절대정신은 자기 자신을 세계의 모습으로 현상한(눈에 보이게끔 물질적으로 현실화) 후에 계속 성장, 발전한다. 그리고 성숙한다. 이 절대정..
9. 스피노자 스피노자의 주 저는 에티카이다. 에티카는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2부는 신존재 증명, 345부는 인간의 감정을 다룬 윤리학이다. 신존재. 신은 존재하는가? 신은 무한자인가 유한자인가? 만일 유한자라고 하면, 뭔가 끝이 있고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신은 무한자라고 말한다. 기존의 세계는 신이라는 절대자가 있고, 신이 세계를 창조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이것이 맘에 안 들었다. 신은 절대자 인데, 신이 자신 이외의 존재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신은 자신이 만든 것과 관계가 형성되게 된다. 이는 말하자면 일종의 제약이다. 신에게 어떤 제약이 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제약이 생기게 되면 한계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좀 거친 예를 들어보면, 노예와 주인이 있다..
⌜절대적인 황금기는 있는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 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자신이 원하던 파리의 황금시대로 돌아가 행복감에 젖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드리아나' 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길이 생각하는 황금시대는 아드리아나에게는 그저 현재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아드리아나 역시 더 과거의 황금시대를 꿈꾼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 아드리아나 역시 자신이 생각하는 황금시대로 여행을 하게 되고 행복감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아드리아나가 생각하는 황금시대의 사람들에게는, 그 시대 역시 현실에 불과하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황금시대인 르네상스 시대를 꿈꾼다. 과연 절대적인 황금기는 존재하는가? 혹자는 말했다. "인간의 재미있는 특성중 하나는, 인간은 미래에서 부러움을 찾지 않는다." 현재의 인..
8. 루소 전 편에서 홉스는 원시상태의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말했었다. 쉽게 말해서 성악설이라는 기반에서 출발한 사회계약론을 말했다면, 루소는 성선설의 기반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루소는 인간의 착한 심성을 믿었다. 원래 인간은 동정심이 있는 아주 착한 존재들인데, 기술이나 문명, 지식들이 인간을 이기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 문예라는 것이 인간을 악에 물들게 한 것이다. 이것에 기초하여 루소는 근대사회의 악을 설명한다. 그래서 루소의 슬로건은 "자연으로 돌아가라!"이다. 이는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도로 파괴하고, 그냥 벌거숭이 상태로 산에 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라, 자연상태의 순수했던 마음으로 돌아가는 마음가짐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루소의 이러한 슬로건은 후에 프랑스혁명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
7. 홉스 근대로 오면, 드디어 정치철학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한다. 당시 정치철학을 하는 철학자들은 모두 각자의 '사회계약론' 에서 출발했다. 이 사회라는 것은, 사람들간의 계약을 통해 성립됐다는 것이다. 홉스는 자연상태를 가정한다. 이 자연상태는 사회나 국가가 형성되기 이전의 원시상태를 떠올리면 된다. 중요한 것은 자연상태가 실제로 이랬다는 것이 아니라, 이랬을 것이다라고 가정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정에서부터 사회의 형성 이유를 찾아나간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사회나 국가라는 것이 성립되었을까? 분명 원시상태에서의 인간은 독립적이거나 집단이어도 굉장히 소규모였을텐데 말이다. 국가나 사회를 다스리는 정치를 연구하려면, 국가나 사회가 형성된 원인을 알아야 효율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
6. 칸트 칸트의 중요한 저서는 3세트가 있다. 비판시리즈인데, 여기서의 비판은 남을 까는 그런 비판이 아니라, 하나하나 따져서 엄밀하게 정초한다는 의미의 비판이다. 목록은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이다. 이 세 저서의 핵심만 알아보자.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을 쉽게 도식화하면 진, 선, 미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건물옥상에서 뛰어내려서 자살을 했다고 보자, 바닥에는 사람이 쓰러져 있고, 피가 터져서 살점과 선홍빛 피가 흩어져 있다. 자 이런 상황을 진선미로 설명해보자. 사람은 무언가를 볼 때, 이 진선미의 관점으로 각각 분류해서 볼 수 있다. 먼저 진. 진은 이성을 말한다. 여기서의 이성은 과학적인 분석이라고 여겨도 좋다. 건물에서 뛰어내릴 때의 인간의 무게,..
5. 라이프니츠 많은 이과생들은 라이프니츠를 미분적분학과 관련된 수학자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라이프니츠는 기본적으로는 철학자이다. 라이프니츠는 종교적인 사람이었는데, 과학을 대표하는 수학을 공부했다. 사실 이는 라이프니츠에게는 옳은 일이었다. 왜냐면 신이 만든 이 세계, 절대적인 섭리로 움직이는 이 세계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원리들을 수학적으로 따져보는 것. 이는 신이 만든 신성한 세계를 과학적인 도구로 분해하여 물질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신께 다가가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시대의 많은 독실한 과학자들은 이런식으로 신에게 한 걸음 다가가려 노력했다. 라이프니츠의 유명한 철학적 개념에는 모나드이론이 있다. 라이프니츠는 모든 존재 하나하나를 모나드라고 말한다. 이 모나드는 ..
4. 데카르트 데카르트는 원래 시골사람이다. 시골에서 철학을 했던 사람이다. 시골의 전경을 떠올려보자 한적한 마을, 구름이 떠다니고, 강이 흐른다. 사람은 마음이 넓어지고, 천천히 본질을 지키며 흘러가는 자연과 시간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는 형이상학적인 철학을 하기위한 좋은 배경이 된다. * 형이상학이라는 말은 그 범주가 너무 넓어서 쉽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쉽게는 세계의 형성 원리라든지, 존재란 무엇인지, 그리고 신 등에 관한 철학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철학을 하다가 데카르트는 도시로 간다. 암스테르담으로. 당시의 암스테르담은 근대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한 도시문명이었다.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한다. 모더니티의 세계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기존에 자신이 해왔던..
⌜줄광대⌟ 줄광대는 줄에 올랐다. 여기까지는 구경꾼들의 여러 염려 덕택으로 순탄히 올라오긴 했다만, 여기서 저기까지 건너가기가 장히 어려운 것이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듯이, 바람에도 숨구멍이 있다. 그 숨구멍을 피해 건너가야 한다. 깃털과 손에 든 부채로 바람의 결을 읽어내야 한다. 처음 내딛는 발과 마지막에 내딛는 발은, 꼭 한 걸음 같아야만 한다. 줄 끝이 멀리 보여서는 더욱 안 되겠지만, 가깝고 넓어 보여도 안 되는 것이다. 줄 위에 올라서면, 줄이라는 것이 눈에서 아주 사라져버리고, 그곳만의 자유로운 세상이 있어야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눈과 귀가 열리는 것이다. 줄 위에서는 눈이 없어야 하고, 귀가 열리지 않아야 하고, 생각이 땅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줄이 바로 알아채고서는,..
3.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 만큼이나 방대한 작업을 했기 때문에 말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시험을 위한 도식화는 쉽다. 플라톤을 이상주의자라고 한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주의자다. 물론 이는 시험을 위한 도식이다. 둘 다 소크라테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보편적인 진리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것에 대한 생각은 끊임없이 했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가 현실주의자라는 말은, 돈만 벌고 그런 현대적인 의미의 안타까운 현실이 아니다. 플라톤이 이데아의 세계를 꿈꾸며 살아갔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생생히 체험되는 우리의 현실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과학적인 철학자였다. 세계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