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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비의 시간 죽이기
2. 플라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다. 그의 철학은 너무도 방대해서 평생을 말해도, 말 못한다. 하지만 이것은 쓰레기 강의이므로, 주요 개념만 설명한다. 시험에는 이데아와 정의에 대해서만 나온다. 먼저 이데아. 이데아는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어떤 것을 보고 아름답다 라고 말한다. 저 여자는 아름답다. 저 물건은 아름답다. 저 폭포는 아름답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어찌 아는가? 누가 알려줬는가? 우리는 아름다움 자체를 본적이 있는가? 아름다움 자체를 본적도 없으면서 아름다운 것들은 어찌 알 수가 있지? 그래서 플라톤의 물음은 항상 이렇다. 정의로운 행동들이 아니라, 정의 그 자체를 묻는다. 아름다운 것들이 아니라 아름다움 그 자체를 묻는다. 플라톤의 상기설. 플라톤은 이미 우리..
1. 소크라테스 유명한 소크라테스. 우선 소크라테스의 시대적 배경을 간단히 짚고 간다. 당대 그리스 세계는, 혼란이 어느 정도 잠식된 세계였다. 이 혼란은, 페르시아 전쟁 후, 외부로부터 오는 위협에서의 혼란을 말한다. 페르시아전쟁에서의 승리 이후, 아테네는 그리스에서 패권을 장악하고, 일종의 제국적인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아테네는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가 되었고, 많은 지식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그림을 그리러 세계에서 프랑스 파리로 몰려든 것처럼. 하지만 당시의 지식인들(싸잡아서 소피스트라고 해두자)은 이전 철학자들이 탐구하던, 세계의 진리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도구적인 지식들에 대해서 탐구했다. 그러니까, 돈을 잘 벌려면, 말을 잘하려면(당시엔 소송이 많고, 변호사가 없어..
왜 이 글을 쓰게 되었는가? 한 친구녀석이 나에게 하소연 했다. "아니 인적성검사 문제에 도대체 왜 철학관련 글이 나오고, 인문학관련 글이 나오는거지?" 그리고 나는 그 친구가 풀고 있는 인적성검사 문제를 한 번 살펴보았다. 지문을 읽지 않아도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이는 내가 철학을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풀 수 있던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지문과는 관련이 없는 문제들의 나열이었고, 철학자의 사상들 중 특별히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개념들을 아는지 모르는지만을 묻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치 OX퀴즈 같았다. 나는 친구에게 말 했다. "야 하루만 나한테 시간을 줘라, 내가 중요한 철학자들과 중요한 개념을 글로 써서 줄게, 그리고 그거만 읽어라."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주려고 이 글을 썼다. 혹시나 ..
⌜망아지 그리고 인간⌟ 여기. 바로 지금 여기에 자연에서 뛰놀고, 자연에서 나는 풀을 뜯고, 자연의 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아주 건강한 자연 상태의 망아지가 한 마리 있다. 이 망아지가 보는 세계란, 끝이 보이지 않는 영원한 언덕이었고, 그렇기에 망아지의 눈 속에 비치는 언덕 역시 끝이 보이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바라보는 망아지의 눈 역시 끝없는 세계였다. 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망아지를 통해 망아지의 앞으로 부는 것이었다.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 역시 망아지를 통해 망아지의 뒤로 부는 것이었다. 시원한 바람은 망아지의 털 한올한올을 적신다. 망아지가 맞는 바람은 얼마나 시원했던가! 망아지의 발아래에는 땅이 있었고, 망아지의 머리 위에는 하늘이 있었다. 끝없는 생명의 기운이 망아지를 감..
⌜한 명의 승려(僧侶)가 있었다⌟ 한 곳만을 응시해야 하는 지금은 중세시대, 여기 불운하게도 한 명의 승려(僧侶)가 있었다. 그리스도적인 교의(敎義) 앞에서 불가(佛家)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을까? 사실 용납될 수 없다기 보다,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고행(苦行)의 일부였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길에서(그곳은 시야마저도 좁았던가?) 횃불 하나 없이 걷고 있는 것, 그저 드문드문 풀이 자라지 않은 곳이 진정 사람의 길이겠거니 믿고, 서툴게 사박사박 밟아가는 것. 그것은 승려에게 정신적인 고행은 아니었다(사실 승려는 정신적인 고행을 원했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교의를 지키는 것은, 스스로에게 부과한 환희의 일부. 그래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버릴 수 없는 사명. 반면, 지금의 고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