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비의 시간 죽이기

오선비의 철학용어사전 - 5 본문

오선비의 철학 용어 사전

오선비의 철학용어사전 - 5

오선비 2018. 3. 10. 20:55





검증(檢證)

영 verification, 독 Verifikation/Überprüfung


 검증은 어려운 말은 아니다. 아주 일상적인 단어이기도 하고, 증명이라는 말과도 유사하게 사용된다. 약간 엄밀하게 말을 하면, 과학에서 이 검증이란, 증명이자 연산과정이다.


 우리는 철학(특히 과학철학분야)에서 검증에 관해서 논할 때, 철학자 포퍼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포퍼의 철학적 화두는 "과학적인 것이 무언인가?" 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론은 과학적인 이론이어서 신뢰할만 하다고 떠들어대는데, 이런 이론들 사이에서 진짜 과학적인 이론을 따져보는 것이 포퍼의 작업이었다. 즉, 사이비과학에서 진짜 과학을 선별하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선별할 것인가? 포퍼는 한 가지를 말한다. '반증가능성'이다. 언제나 그렇듯 예를 들어보자.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두 명의 농부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 명은, "이놈의 가뭄 언제 끝나려나? 언젠가는 비가 오겠지?" 라고 말하고, 한 명은, "내일은 비가 올거야!" 라고 말했다. 놀랍게도 두 농부 중 한 명은 과학적인 견해를 말하고 있다. 한 번 생각해보라. 


 정답은 "내일은 비가 올거야!"라고 말한 농부가 과학적이다. 이유는 정말 간단하다. 내일까지 기다리면 된다. 내일 비가 온다면, 그 말이 맞는 말이고, 안 온다면 틀린 말이다. 즉, 우리가 그 견해(혹은 이론)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농부의 말은 왜 과학적이 아닌가? '언젠가는' 이라는 말이 문제다. 이 언젠가는 이라는 말은 기한이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우리가 그것을 확실하게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만약에 두 농부가 죽을 때까지 비가 안 온다면? 영원히 해결되지 못한 견해이다. 어떤 견해를 확실하게 반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과학적인 것이다.


 거친 예를 하나만 더 들어본다. "내가 방금 산 로또는 1등에 당첨될 거야!" 이 역시 과학적인 의견이다. 왜냐하면, 다음주가 되어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과학적으로 오류없이 검증된 이론들이 많다. 하지만 과학적 이론이란, 엄밀히 말해서, 아직까지는 맞다고 잠정적으로 승인된 것에 불과하다. 과학적이론들은 언제나 반증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 반증 가능성이 결과적으로 과학을 더욱 발전시켜준다.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기 보다는, 기존의 이론을 반박하는 반증을 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과학은 더욱 발전하게 된다.




결정론(決定論)

영 determinism, 독 Determinismus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형이상학에서는 이 세계는, 필연적인 인과관계의 체계라고 보는 견해다. 그리고 인간의 자유와 의지따위는 있지를 않다. 그것들은 일종의 환상일 뿐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당구공을 치면 그 공이 움직이는 것 처럼, 우리가 증명하기 힘들 뿐이지, 우리의 모든 행동들도 인과관계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당구공이 공을 쳤을 때, 움직이는 공들에게 자유의지란 없다. 에너지의 흐름속에서 움직일 뿐이다. 빅뱅이 터질 때의 최초의 힘만 주어진다면, 그 이후의 세계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


 위의 예시들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이 결정론의 개념은 물리학적 법칙이 그 근저를 이룬다. 결정론은 하나 또는 여러 원인이 주어지면, 어떤 결과를 필연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동일한 원인은 언제나 동일한 결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결정론과 비슷한 말로 숙명론이 있는데, 이는 철학적으로는 엄밀하게 구분된다. 숙명론은 어떤 신적인(종교적인) 섭리를 어느정도 전제한다. 숙명론은 인간 중심적인 개념이다. 우리가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아!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겠지" 이는 숙명론적이다. 하지만 결정론은 그저 과학적인 맥락의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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