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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비의 철학용어사전 - 3 본문

오선비의 철학 용어 사전

오선비의 철학용어사전 - 3

오선비 2018. 3. 8. 10:39




감성(感性)

영 sensibility, 독 Sinnlichkeit


 감성이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굉장히 많이 쓰여지는 말이다.


 "감성터진다.", "애플감성 지렸습니다.", "왜이리 감성적이야?"


 보통 이런식으로 사용이 되는데, 일상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철학적으로 엄밀히 사용되면, 그 의미가 꽤 달라진다. 사실 의미가 달라진다기 보다는 원래의 자기 뜻으로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한자만 보아도, 느낄 감(感)에 성품 성(性)을 사용하는데 그대로 풀이하면, 인식주체(나)가 어떤 것과 감응하여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다. 철학에서는 이 의미 그대로 사용된다.


 이 감성이라는 말은, 주로 인식론분야에서 사용되고, 철학자 칸트를 빼놓고서는 말할 수 없다. 이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나오는 개념인데, 제대로 공부하게되면 상당히 까다로운 개념이므로 간단히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칸트는 감성을 두 부분으로 세분화 한다. 질료와 형식이다. 이 질료라는 것은 우리가 어떤 것을 마주쳤을 때 그것으로부터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데이터)들이다. 그리고 감성의 형식은 우리가 그 정보들을 정돈하고 개념화 할 수 있는 도구들이다. 그 도구들로 수용한 정보들을 정리하여 우리 머릿속에 인식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말인가 싶을텐데, 붕어빵장사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붕어빵 장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붕어빵을 만들어서 팔아야한다. 붕어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것은 우선 장비다. 붕어빵을 구울 수 있는 붕어빵 틀이 필요하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붕어빵의 재료들이다. 반죽도 필요하고, 안에 들어가는 슈크림, 단팥등도 필요하다. 붕어빵 틀에 반죽과 속재료를 넣고 구우면 우리가 원하는 붕어빵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붕어빵을 만들 준비가(붕어빵 틀) 되어 있어도, 재료들(감성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들)이 없으면 우리는 붕어빵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이 붕어빵 틀과 속재료는 서로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 여기서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붕어빵 틀이 칸트가 말하는 감성의 형식이다. 그리고 붕어빵의 재료들이 칸트가 말하는 감성의 질료이다. 그리고 붕어빵이 완성된 우리의 인식으로 생각하면 된다.


 물론 자세히 들어가면, 위에 나온 개념들이 더 세분화 되지만, 간단하게 여기까지만 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튼 감성이란, 우리가 어떤 것을 수용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인식론 - 우리가 어떤 것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하고 인식하느냐의 문제, 혹은 우리가 인식한 것이 제대로 인식한 것인지를 탐구하는 철학분야. 가령, 우리가 잘 익은 사과를 보면, 빨간색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 사과를 강아지가 바라본다면? 강아지가 바라보아도 사과는 빨간색일까? 인간에게만 빨간색으로 보이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사과의 진짜 색깔은 어떤 것일까? 우리가 사과를 빨간색으로 인식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등을 연구하는 것이다.




개념(槪念)

영 concept, 독 Begriff


 개념은 관념과 같은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개념은 한문이나 영어보다는 독일어로 풀이해보면 좋다. 독일어 동사인 begriffen은 내가 무언가를 붙잡는 느낌이다. 바로 이 붙잡는 행위가 개념화시키는 과정이고, 붙잡은 것이 그 대상의 개념이다. 어디로 붙잡는가? 바로 우리 머릿속에 확실하게 잡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강아지를 본다. 지금이야 우리는 강아지가 무엇인지 알지만 갓 태어난 아기들은 강아지가 무엇인지 모른다. 살면서 강아지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잡히는 것이다. 사실 세상에 강아지라는 것은 없다. 강아지라는 개념만이 있는 것 뿐이다. 사실 세상에는 바둑이, 뽀삐, 해피 등의 이름을 가진 동물만이 있을 뿐이다(사실 동물이라는 것도 없다). 그런 하나하나의 개체들을 보고 우리는 아 저런 것들을 강아지라고 하는 것이구나하고 강아지라는 개념을 획득하는 것이다. 인간도 그렇다. 세상에 인간은 없다. 철수, 영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런식으로 생긴 것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인간이라고 부르는 것 뿐이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언어를 배운다. 그리고 이 언어들은 세상을 개념화시킨 것이다. 우리는 이 개념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이해해나간다. 이 개념이라는 것은 사실은 현실세계에서 유래하는 것이지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에서 얻은 개념을, 현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다시 현실에 적용한다.


 물론, 이 개념이라는 것이 실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통을 원활하게하기 위해서 약속한 그저 이름뿐인 속빈 강정같은 것인지에 대한 싸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실재론와 유명론의 싸움인데, 나중에 자세히 다룰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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