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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비의 철학용어사전 - 1 본문

오선비의 철학 용어 사전

오선비의 철학용어사전 - 1

오선비 2018. 3. 7. 16:33





가능성(可能性)

영 possibility, 독 Möglichkeit


 가능성이라는 것은, 실존이나 현존과는 다르다. 가능한 것은 현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능한 것은 앞으로 현존할 수도 있다. 이는 필연과도 구분이 된다. 필연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인과관계같은 것으로, 무조건 일어날 일을 뜻한다. 하지만 가능한 것은, 그 일이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작은 씨앗은 꽃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무조건 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존과 현존도 짧게 이야기를 해보면, 이도 약간 다르다. 거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나는 지금 집에 있다. 이 때, 회사에 가신 아버지는 실존한다. 하지만 현존하지는 않는다.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시면, 아버지는 실존하며, 내 앞에 현존한다.



가능태/잠재력(可能態/潛在力)

영 capacity, 독 Fähigkeit


 가능태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개념이다. 이는 수동적 가능태와 능동적 가능태로 나눌 수 있다. 


 수동적 가능태란, 아직 무엇으로 결정되지 않은 가능성을 말한다. 예로 대리석은 가능태로서의 조각품이다. 즉 외부로부터 어떤 형상을 부여받을 수 있다. 능동적 가능태란,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예로 달걀은 가능태로서의 닭이다. 대리석은 어떤 형상이 될지 결정되어 있지 않지만, 달걀은 닭의 형상이 될 것이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가능태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의미에서, 현실태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가능태란 어떤 형상으로 결정되지 않은 것, 단순한 잠재성을 말한다. 위의 수동적 가능태의 의미가 강하다. 현실태는 대리석이며, 조각품은 대리석의 가능태이다.


 하지만 이 말은 현대에서는 일종의 잠재력을 뜻하게 되었다. 능동적인 에너지, 즉 어떤 현실적인 결과를 생산해 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질료인, 형상인, 운동인, 목적인의 4원인을 탐구했고, 이 가능태라는 개념은 주로 질료인과 함께 다루어졌다. 하지만 근대 과학은 주로 운동인을 다루었으며, 이 과정에서 가능태의 개념이 잠재력의 개념으로 변한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인설



가지적(可知的)

영 intelligible, 독 intelligibel


 이는 플라톤적인 개념이다. 플라톤은 이 세계를, 이데아의세계와 현실세계로 구분하였다. 이는 곧, 순수한 형상의 차원과 감각적인 차원으로 나눈 것이다. 전자는 가지적 차원이고, 후자는 감각적 차원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감각적으로 경험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사유의 과정을 통해 도달된 개념들이 가지적으로 파악된 개념들이다. 가령 '정의(正義)'라는 개념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그래서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지 토론하고, 토론을 하다보면 어느정도 정의에 대한 공통분모와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다. 이것이 정의를 가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정밀하게 그린다고 하더라도 완벽한 원을 그릴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적당히 그려진 원을 보고도 이것은 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원의 개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적으로는 평면의 한 점으로부터, 같은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 따위의 개념들 말이다. 물론 수학적인 정의를 몰라도 우리는 원이 무엇인지 안다. 우리가 이렇게 사유를 통해 순수하게 파악하고 있는 진정한 원(원의 형상), 이것이 가지적으로 파악한 원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리고 주변에서 감각적으로 볼 수 있는 원의 형태들은 감각적인 차원의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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