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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사유다발

지식과 지혜의 차이?

오선비 2018. 3. 23. 12:21




지식과 지혜의 차이



 사실 우리가 철학을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누구에게나 같게 주어지는 객관적인 회색빛의 세계를 자신의 주관으로 하나하나 다채로운 색으로 채색하여 세계관을 확립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어떤 개념들에 대한 이해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개념을 이해하고, 그 개념을 다시 내 식대로 이해하기를 좋아하고,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론이 길었는데, 본 주제인 지식과 지혜의 차이로 바로 넘어가 보자.


 예전에 처음으로 철학을 시작할 때, 나는 지식과 지혜의 차이가 굉장히 궁금했었다. 얼핏 보기에, 지식보다는 지혜가 더 중요한 것 같긴 한데, 명확한 개념 확립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개념 이해의 가장 기본적인 시작은 사전을 뒤져보는 것인데, 사전에는 지식과 지혜를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지식(知識, knowledge)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인식이나 이해.


지혜(智慧, wisdom)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



 언제나 그렇듯, 철학적인 개념들을 사전이 잘 설명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전으로 알 수 있는 지식과 지혜의 차이는, 지식이란 외부 대상과 접촉하여 그것에 대한 이해를 자신에게 흡수하는 것이고, 지혜란, 사물을 깨닫고, 그 인식들의 관계를 잘 파악하는 내적인 능력 정도로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설명은 나에게 잘 와 닿지를 않고, 사실 여러분에게도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이는 우리의 실생활과 직접적으로 닿아있지 않은 설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개념을 이해할 때 자신만의 예시를 찾아 개념에 입혀두어야 한다. 나의 예시는 이렇다.


 어쩌다 보니 내가 한 예술가와 대결하게 되었다. 그냥 대결하면 난 절대로 이길 수 없으므로,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나에게는 세상의 모든 미술 도구들이 주어진다. 온갖 종류의 붓과 물감, 최고급 종이들과 엄청난 재료들이다. 그리고 예술가에게는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만이 주어진다. 주제가 주어지고, 일주일 뒤에 결과물을 들고 온다. 하지만 결과는 뻔하다. 나에게 아무리 좋은 재료들이 주어진다고 해도, 나는 연필과 종이만 들고 있는 예술가를 절대로 이길 수가 없다.


 이제 지식과 지혜의 차이가 쉽게 이해되었을 것으로 본다. 온갖 종류의 재료들이 지식이고, 예술적인 경험과 능력이 지혜이다. 지식은 아무리 많아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실질적인 의미에서). '헛똑똑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지혜는 없고, 단순한 지식들만 많이 갖춘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얼마 안 되는 지식을 활용하여 엄청난 결과물을 가져올 능력이 있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혜를 기르는 것이 당연히 중요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도구들이 있어봐야, 그 도구들을 올바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도구는 쓸모가 없다. 물론 도구가 없다면 무엇도 할 수 없겠지만, 도구 자체 보다도 도구의 사용법이 더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원시인에게 스마트폰이 주어진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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