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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사유다발

포스트모더니즘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오선비 2018. 3. 22. 19:22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이해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이름의 사조 혹은 문화현상은 돌연히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또 어느새 홀연히 사라졌으며 이제는 그 흔적조차 느끼기 힘들어졌다사회문화 전체에 영향을 끼쳤던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이 영향을 끼친 분야는 다방면에 걸쳐있기 때문에 그 정의를 쉽게 내릴 수 없다포스트모더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어적인 풀이에서 부터 시작함이 나쁘지 않을듯하다포스트모더니즘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이런 식으로 사용된다. "이 양식은 포스트모더니즘 적이야", "아직도 포스트모더니즘인가?" 이처럼 아무런 설명 없이 사용되기에 자칫 혼란을 줄 수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소 천덕꾸러기 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다포스트모더니즘은 포스트(post)와 모더니즘(modernism)의 합성어이다먼저 포스트와 모더니즘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의미에 대해서 알고가야 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post)


 라틴어 접속사인 포스트는 일반적으로 3가지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1. ~ 의 이후(after)

 2. ~ 을 반대(anti)

 3. ~ 를 넘어서(trans)

 

 이러한 의미 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해석해보면 모더니즘 이후의모더니즘에 반대하는모더니즘을 넘어서는 정도로 이해가 가능하다하지만 아직 더 설명되어야 할 것이 있다바로 모더니즘에 대한 이해이다.

 


모더니즘(modernism)


 인류의 역사는 대개 고대중세르네상스근대현대로 나눌 수 있는데모더니즘은 바로 근대(modern)의 사유체계를 의미한다우리는 무의식중에 이런 말을 사용하곤 한다. "오! 굉장히 모던한 느낌이군!" 여기서는 주로 세련되고, 깔끔하고, 딱딱 떨어지는동그라미 보다는 네모의 이미지를 표현한다여기서 우리가 잡아내야 할 이미지는 바로 이 '딱딱 떨어지는이다.

 

 근대는 바로 이성의 시대이다아직 어떤 체계가 잡히지 않은 고대에서 인간은 신의 존재를 체감하였다중세의 인류는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자의든, 타의든 통합되려했고신에 대한 의심이 일어서 신적인 것 보다는, 다시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르네상스를 거쳐인간의 이성으로 세계를 다시금 이해하고, 재구축하는 근대에 이르게 된 것이다(물론 이것이 자연을 인간의 기준에 맞추어 규정하려는 일종의 폭력의 기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후에 문제시 되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맞는 것은 내가 봐도 옳고남이 봐도 옳다고 믿게 된다그리고 그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하게 된다자연스럽게 근대는 과학주의실증주의객관주의적인 사유체계에서 발전하게 된다철학에서의 근대는 일반적으로 철학자 '데카르트'를 그 시작으로 규정하고 있다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 이처럼 근대는 인간의 합리적인(적어도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이 단어는 반드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사고로 구축되는 바야흐로 '이성의 시대인 것이다.

 

 


 포스트와 모더니즘의 뜻을 간단히 짚고 넘어갔는데상대적으로 모더니즘에 대한 설명이 길었던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에 대한 이해 기반 없이는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원래의 주제였던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와 보자왜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이성'에 대해서 반발을 하게 된 것일까그것은 어쩌면 근대가 시작됨과 동시에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위의 모더니즘에 대한 설명에도 있듯이 이성적 사고에서는 내가 봐도 옳고남이 봐도 옳은 것만이 옳은 것이라고 결론지어진다이 '획일성과 동일성은 이성이라는 설계도로 구축된, 중세의 신적인 건물 보다도 높은 기계적 건축물의 그림자인 것이다(현대는 과연 이 건축물의 청사진을 잘 따르고 있는가?).

 

 결국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획일성과 동일성을 반대하고 '특수성과 다원성'을 추구하면서, 이성의 건축물을 해체하려는 움직임이다그래서 '모더니즘이라는 단어보다, '포스트모더니즘에는 다소 역동적이고 실천적인 이미지가 서려있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는 아파트라는 상당히 모던한 건축물에 주거하고 있다(우리의 사고는 여전히 근대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물론 근대적 사고방식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는 그 모양새 부터 시작해서이해 방식까지 상당히 이성적이다외형은 사각형으로 딱딱 들어맞고높게 솟아있는 건축물의 형태는, 흡사 인간이 가진 이성의 위대함과 우월함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며내부구조는 철저하고 객관적인 것으로 대표되는 숫자라는 것으로 이루어져있다. 617동 1001호(참고로 우리집 주소다), 619동 502...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조는 철학에서는 일반적으로 철학자 '니체에서 부터 시작 된다고 의견이 모아지는데비록 니체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사유의 원천을 제공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신은 죽었다." 로 대표되는 니체의 사상은, 현재보다 그 후에 있을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욕구형이상학적인 것, 그리고 신앙적인 것들에 대한 반발이다획일화와 동일화를 지향하는 것에 대한 이런 해체적인 입장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진 텍스트적사전적인 의미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더니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 내포하고 있는 역동성과 실천적 태도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중세는 신적인 것으로 고대를 통합하려 했고근대는 이성으로 신적인 것을 해체하려 했다그리고 다시 이성은 이성을 해체하고 있다이제 우리 이성의 방향은 어디로 가고 있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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