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비의 시간 죽이기
감각작용(感覺作用)영 sensation, 독 Empfindung 감각은 나(인식주체)와 어떤 대상이 '물리적'으로 접촉할 때 생긴다. 어려운 말은 아니다. 우리가 주전자를 보고 만지면, 주전자를 봤다는 것, 만졌을 때의 촉감, 차갑다, 뜨겁다 등을 감각한다. 이 감각이라는 것은 우리의 외부에 어떤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이는 우리에게 순간적인 인상만을 줄 뿐이다. 아직 그 어떤 사물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기 전에는, 우리가 감각한 것들은 그저 정리되지 않은 정보들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사과를 보면, 사과인 것을 안다. 우리가 그것을 사과라고 생각하는 것 부터가 이미 우리는 머릿속에 사과라는 인식이 잡혀있는 것이다. ..
가능성(可能性)영 possibility, 독 Möglichkeit 가능성이라는 것은, 실존이나 현존과는 다르다. 가능한 것은 현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능한 것은 앞으로 현존할 수도 있다. 이는 필연과도 구분이 된다. 필연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인과관계같은 것으로, 무조건 일어날 일을 뜻한다. 하지만 가능한 것은, 그 일이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작은 씨앗은 꽃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무조건 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존과 현존도 짧게 이야기를 해보면, 이도 약간 다르다. 거친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나는 지금 집에 있다. 이 때, 회사에 가신 아버지는 실존한다. 하지만 현존하지는 않는다.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시면, 아버지는 실존하며, 내 앞에 현존한다. 가능태/잠재력(可能態/潛..
철학용어사전을 연재하기에 앞서, 내 이야기를 하나 하고, 연재 이유를 말하려한다. 철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을 당시, 나는 의욕이 상당히 넘쳐흘렀었다. 그래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등 이름만 무성하게 들어왔던 철학자들의 책을 바로 읽어보겠다는 마음으로 무턱대고 도서관에 가서 그들의 저서를 빌렸었다. 그 때 두 권을 빌렸던 기억인데, 한 권은 플라톤의 국가(정체)였고, 한 권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검색을 해보니 이 책들이 가장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오늘부터 나는 철학도가 되겠노라 다짐하면서, 두근대는 마음을 갖고 책을 펼쳤다. 플라톤의 국가를 열었고, 한 페이지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읽었다. 글은 눈에만 들어왔고, 머릿속으로는 전혀 들어가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