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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사유다발

물놀이

오선비 2018. 3. 5. 22:35





물놀이

 

 

 눈을 떴을 때 나는 숲이었다. 이유 모를 익숙한 숲이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걷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정신이 깨었을 때, 나는 폐허가 된 고성(古城)앞 이었다.

 

 "까드득 까드득 노래를 들으러 왔는가?"

 

 한 노파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 소리가 노파의 웃음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구시오?"

 

 "나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게 무슨 소리요?"

 

 "나를 본 사람은 노래를 들어야하지"

 

 노파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영원히 수레바퀴를 굴려라! 아니, 수레바퀴를 짊어지고 기어라. 내가 어두운 물가로 데려가주마. 엄마! 아직 물놀이는 끝나지 않았어요. 끝이 없는 물놀이. 물가의 달팽이. 끝이 없는 물놀이. 짊어지고 걷는 것은 다리가 아파. 그래서 다리가 없지. 물속의 눈()은 항상 나를 노려본다. 멀리서부터 노려본다. 물가에 오는 것은 오래 걸리지가 않아. 물을 맛봐라. 물은 달다. 물은 쓰다. 아니지. 물은 아무 맛이 안나. 물을 마시는 건 순간. 끝이 없는 물놀이. 어서 이쪽으로 와라! 아니지 수레바퀴를 짊어지고 있는 너는 기어온다. 이쪽으로 기어와라. 갈증은 없다. 뱃속 가득히 마셔보아라. 또 다시 마셔보아라. 그리고 또 다시 마셔보아라. 다른 달팽이들은 없다. 이 물가의 달팽이는 딱 한 마리다. 끝이 없는 물놀이."

 

 나는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숲이었다. 이유 모를 익숙한 숲이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걷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정신이 깨었을 때, 나는 폐허가 된 고성(古城)앞 이었다.

 

 "까드득 까드득 노래를 들으러 왔는가?"




* 예전 친구와 함께 글과 음악이 접목 된 전시를 열었었는데, 그 때 쓴 글입니다. 삶과 죽음, 영원한 삶의 순환고리, 삶에 대한 실존 등을 주제로 잡았었습니다. 상징적인 표현이 많아서 이해하기 깔끔하지 않습니다. 혹시나 상징들이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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